사회복지관에서 팀장은 대개 이렇게 정해집니다. 연차가 찼고, 일을 잘했고, 그 팀의 일을 오래 해 왔습니다.
나쁜 기준은 아닙니다. 그 일을 모르는 사람을 앉히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다만 여기에는 조용한 가정이 하나 들어 있습니다. 일을 잘하는 사람이 사람도 잘 이끌 것이라는 가정입니다.
✳
잘 따르는 것과 잘 이끄는 것
앞 회에서 좋은 팔로워는 시키는 대로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적었습니다. 스스로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좋은 팔로워는 좋은 리더가 될까요.
절반은 그렇습니다. 판단하는 습관, 묻는 습관, 맡은 일을 자기 일로 만드는 습관은 그대로 이어집니다. 그런 사람이 리더가 되면 적어도 아래에서 올라오는 질문을 귀찮아하지 않습니다. 자기가 그렇게 물어 봤기 때문입니다.
나머지 절반은 다릅니다.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팔로워는 자기 일에 책임집니다.
리더는 남의 일에 책임집니다.
앞에서 저는 팀장이 되고 나서 남의 일을 제 입으로 설명해야 했다고 적었습니다. 그것이 이 차이입니다. 내가 아무리 잘해도, 내가 하지 않은 일에 대해 설명하고 책임져야 합니다.
이건 잘하던 일을 더 잘하는 문제가 아니라 다른 일입니다.
✳
저는 대신 해 주었습니다
처음 팀장이 되었을 때는 대신 해 준 적이 없습니다. 그럴 일이 없었습니다. 그때는 팀원들과 연차가 비슷했고, 손대지 않아도 다들 충분히 잘했습니다.
몇 해가 지나고 구성원이 바뀌었습니다. 신입과 저경력 직원들과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달랐습니다.
돌아보면 저는 답답함을 못 참았습니다. 한 번 고쳐서 올리고, 반려되고, 다시 고치고, 또 반려되고. 이것이 몇 차례 되풀이되면 어느 순간 제가 하고 있었습니다. 보고서 파일을 달라고 해서 직접 고친 적도 있습니다.
핑계를 대자면 핑계도 있습니다. 검토가 길어지면 결재가 늦어지고, 결재가 늦어지면 뒤의 일들이 줄줄이 밀립니다. 사업에는 날짜가 있고, 그 날짜는 저를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그러니 제가 대신 한 것은 제가 더 잘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기다림에는 값이 있고, 그 값을 팀이 나누어 내야 했기 때문입니다.
✳
성격이 아니라 관계였습니다
여기서 뒤늦게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저는 스스로를 지켜보는 쪽이라고 여겨 왔습니다. 특별한 일이 아니면 나서지 않고, 지시하기보다 의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첫 팀에서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팀원이 바뀌자 저는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앞에서 리더십을 「공동의 목표를 위해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과정」이라고 적었습니다. 저는 그 문장을 제 이야기로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리더십은 제가 가지고 있는 성질이 아니었습니다. 누구와 함께 있느냐에 따라 저는 기다리는 사람이 되기도 했고, 참지 못하는 사람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나는 이런 리더다」라는 말로는 다 설명되지 않습니다. 나머지는 지금 옆에 누가 있느냐가 정합니다.
이 말은 위안이 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합니다. 내가 어떤 리더인지는 아직 다 정해지지 않았다는 뜻이고, 동시에 다음 팀에서 내가 어떻게 될지 나도 모른다는 뜻이니까요.
✳
그때 어떻게 했어야 하나
지금도 답을 모르겠습니다.
늦어지더라도 끝까지 하게 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고쳐 준 그 보고서로 그 사람은 무엇을 배웠을까요. 아마 다음에도 같은 자리에서 막혔을 것입니다. 저는 그 사람의 배울 기회를 날짜와 바꾼 셈입니다.
그런데 다른 생각도 듭니다. 기다린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닙니다. 끝내 안 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기다리는 동안 밀리는 일은 그 사람의 몫이 아니라 팀 전체의 몫입니다.
이 물음은 뒤에서 다시 꺼내겠습니다. 지금은 답을 내지 않겠습니다.
✳
무엇이 이어지고 무엇을 새로 배워야 하는가
다만 「좋은 팔로워가 좋은 리더가 되는가」라는 물음은 이렇게 바꾸는 편이 낫겠습니다. 무엇이 이어지고 무엇을 새로 배워야 하는가.
| 그대로 이어집니다 | 새로 배워야 합니다 | |
|---|---|---|
| 일 | 스스로 판단하는 습관 | 남의 판단을 기다리는 일 |
| 말 | 묻고 따지는 습관 | 위아래로 옮기는 일 |
| 책임 | 맡은 것을 자기 일로 만들기 | 내가 하지 않은 일에 책임지기 |
| 시간 | 내 일을 해내는 시간 | 남이 해내기를 기다리는 시간 |
오른쪽 칸은 저절로 생기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앞 회에서 적었듯 팀장에게 내려온 것은 슈퍼비전의 세 기능 가운데 행정적 기능 하나뿐이었습니다. 결재는 하는데 가르칠 몫은 없고, 배울 데도 없었습니다.
✳
팔로워로 잘 지낸 시간은 분명히 자산입니다. 좋은 팔로워였던 사람은 팔로워의 마음을 압니다. 무엇이 힘든지, 어떤 말이 사람을 닫게 하는지 겪어서 압니다.
다만 잊기 쉽습니다. 자리가 사람의 기억을 지웁니다. 저도 여러 번 놓쳤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좋은 팔로워가 좋은 리더가 되는 것이 아니라, 팔로워였던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좋은 리더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