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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일 서재

삼키는 말

제7회1부 리더십과 팔로우십2026-09-20약 4분

중간에 선 사람이 하는 일의 절반은 전달입니다.

위의 말을 아래로, 아래의 말을 위로 옮깁니다. 옮기기만 하면 되는 일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옮기느냐에 따라 사람이 다치기도 하고 배우기도 합니다.

관장은 서면으로 사람을 봅니다

먼저 구조를 하나 적어 두어야겠습니다.

관장은 직원을 자주 대면하지 않습니다. 스무 명 안팎의 조직이라 얼굴은 매일 보지만, 일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지는 않습니다. 관장이 직원을 만나는 자리는 대개 서면입니다. 올라온 기획서, 결과보고서, 결재 서류.

그것이 쌓이면 판단이 됩니다.

보는 것못 보는 것
관장서류의 완성도 · 기한 · 결재 횟수그 서류가 나오기까지의 과정
팀장어디서 막혔는지 · 무엇을 물었는지 · 얼마나 고쳤는지

보고서에 그 사람의 역량이 드러나는 것은 맞습니다. 태도도 보입니다. 다만 전부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글로 정리하는 데 서툰 사람이 현장에서는 누구보다 잘하기도 합니다. 반대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그 사람에 대한 판단이 굳고, 굳은 판단이 섞인 피드백이 내려옵니다.

세 갈래

그 피드백을 받아 든 순간, 중간에 선 사람 앞에는 세 갈래가 놓입니다.

하는 일치르는 값
그대로 전한다위의 말을 그대로 옮깁니다팀원이 다칩니다. 그리고 팀장은 통로가 됩니다
삼킨다아래로 내리지 않습니다팀원은 모릅니다. 그 몫이 팀장 안에 쌓입니다
돌려서 전한다팀장의 생각을 담아 다시 씁니다시간이 들고, 위에는 전달했다고 해야 합니다

「그대로 전한다」가 가장 정직해 보이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편견이 섞인 판단을 그대로 옮기는 것은 정직이 아니라 책임을 넘기는 일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받은 사람은 위에도 대꾸할 수 없고 팀장에게도 대꾸할 수 없습니다.

삼키는 것도 일입니다. 삼키면 팀원은 모르고 지나갑니다. 그 모름이 보호가 되는 날이 있습니다. 다만 삼킨 것은 사라지지 않고 팀장 안에 남습니다. 중간에 선 사람이 지치는 이유의 하나가 이것입니다.

왜 돌려서 전하는가

돌려서 전할 때, 저는 팀원을 지키려고만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 사람이 언젠가 팀장이 되고 관장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제가 위의 말을 그대로 내려보내면, 그 사람은 그것이 리더가 하는 일이라고 배웁니다. 위에서 온 말은 그대로 내리는 것이라고, 사람에 대한 판단은 서류로 하는 것이라고 배웁니다. 그리고 자기 차례가 오면 그렇게 합니다.

전달은 교육입니다.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어떻게 말하느냐가 남습니다.

그래서 저는 종종 위의 말을 다시 썼습니다. 지적은 살리되 사람에 대한 판단은 걷어 내고, 제 생각을 덧붙여서. 시간이 더 들고 때로는 제가 나쁜 사람이 되었지만, 그 편이 낫다고 여겼습니다.

동의하지 않는 지시를 전할 때

더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판단이 아니라 결정이 내려올 때입니다.

행사에 당사자들을 부르자는 결정이 그렇습니다. 숫자를 채워야 하니 오라고 하자는 것입니다. 저는 팀장으로서 반대 의사를 말했습니다. 그런데 지시가 강하면 결국 진행하게 됩니다.

그때 그대로 전할 수는 없었습니다. 「위에서 하라니까 하자」고 말하는 순간, 그 행사는 그냥 채우는 일이 됩니다.

그래서 함께 이야기했습니다. 이 일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그럼에도 왜 하게 되었는지, 하면서 무엇만은 지켜야 하는지. 오시는 분들께 무엇을 어떻게 말씀드릴 것인지.

지시를 막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그것이 아무렇지 않은 일로 지나가지는 않게 하려고 했습니다.

윤리가 가치 대결이 될 때

이런 순간은 분명히 윤리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이야기되는 방식은 그렇지 않습니다.

개인의 가치와 기관의 가치가 부딪히는 일로 이야기됩니다. 「그건 네 생각이고」, 「기관 입장도 있다」, 「너만 깨끗하면 되느냐」.

이 틀이 놓이면 개인이 집니다. 조직 안에서 개인의 가치는 언제나 작아 보이고, 기관의 가치는 공적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것이 틀을 잘못 잡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복지사가 지키려는 것은 개인의 취향이 아닙니다. 선서한 것이고 윤리강령에 적혀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기관보다 아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관이 왜 있는지를 정하는 자리에 있습니다.

다만 그 말을 회의 자리에서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개는 하지 못합니다. 저도 자주 하지 못했습니다.

중간에 선 사람은 위의 말을 아래로 옮기는 통로가 아닙니다.

무엇을 그대로 옮기고, 무엇을 삼키고, 무엇을 다시 쓸지 정하는 사람입니다. 그 정하는 일에 그 사람의 리더십과 팔로우십이 함께 들어갑니다. 위를 따르면서 아래를 이끌어야 하니, 51과 49가 한 문장 안에서 만나는 셈입니다.

잘 해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다만 그 자리가 통로가 아니라는 것만은 압니다.

연재 중인 원고입니다. 책으로 묶는 과정에서 내용이 고쳐지거나 보태질 수 있습니다.

이 연재를 쓰는 사람이 낸 책들이 전재일 서재에 있습니다. 일곱 권은 무료로 읽으실 수 있고, 현장 실무서 두 권은 종이책으로도 나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