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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일 서재

예순 권

제12회2부 49를 채우는 것 — 사회복지사의 브랜딩2026-10-05약 3분

앞 회에서 저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학습과 실천과 기록이라고 적었습니다.

셋 가운데 첫째부터 이야기하겠습니다.

조직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에게 학습은 대개 두 길로 옵니다. 기관이 마련해 주는 교육, 그리고 스스로 찾아 하는 공부입니다. 둘은 시작하는 쪽도 다르고, 끝나는 때도 다릅니다.

저는 그 둘을 두 사람에게서 배웠습니다. 한 사람은 위에 있었고, 한 사람은 아래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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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학습

신입 때부터 연차가 어느 정도 쌓일 때까지 저는 학습을 참 많이 했습니다. 제가 찾아서 한 것이 아니라 기회가 주어진 것이었습니다.

교수님들을 모시고 한 학기 동안 사례관리를 배운 적이 있습니다. 그 무렵 국내에 막 소개되던 레질리언스를 원서로 옮기면서 배운 적도 있습니다. 지금처럼 AI가 있던 시절이 아닙니다. 사전을 찾아 가며 한 줄씩 옮겼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부담이었습니다. 하던 일이 줄어드는 것도 아닌데 학습이 얹혔습니다.

그것이 자산이라는 것은 나중에 알았습니다.

다만 자산이 된 방식이 제가 생각하던 것과 달랐습니다. 무엇을 알게 되어서가 아니었습니다. 배운 것들이 실천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었기 때문입니다.

사례를 만날 때 전 같으면 그냥 지나갔을 대목에서 걸리는 것이 생겼습니다. 이 사람에게 무엇이 남아 있는가. 무엇이 이 사람을 여기까지 버티게 했는가. 원서를 한 줄씩 옮기는 동안 그 물음이 제 것이 된 것 같습니다.

지식은 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물음을 주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 학습들은 저절로 생긴 것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 그것을 조직이 할 일로 만들어 두었기 때문에 제게 온 것입니다. 예산을 세우고 일정을 잡고, 바쁘다는 말을 넘겨 가며 그것을 지켜 낸 사람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것도 리더십이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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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하는 학습

또 한 사람은 동료였습니다. 제가 부장이던 시절에 함께 일한 사회복지사입니다.

그는 출퇴근 시간이 길었습니다. 그 시간에 늘 책을 읽었습니다.

한번은 물어보았습니다. 한 해에 몇 권이나 읽느냐고.

예순 권 남짓이라고 했습니다.

그 학습은 그달의 실적으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해의 평가에도 잡히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것이 언젠가 그 사람의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누가 시킨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주로 기회가 주어져서 배웠고, 그 사람은 스스로 배웠습니다. 저는 그 점이 존경스러웠습니다.

나중에 저도 정해 두고 꾸준히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람을 보면서 제게 없는 것을 알아본 것입니다.

성인 교육을 연구한 맬컴 놀즈는 무엇을 배울지 스스로 정하고 찾아가는 학습을 어른의 배움 한가운데에 두었습니다. 그 동료가 하던 것이 그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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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학습

주어진 학습스스로 하는 학습
시작하는 쪽조직이 정합니다내가 정합니다
갈 수 있는 데혼자서는 못 가는 데까지내가 아는 데까지
끝나는 때조직이 그만두면내가 그만두어야
기관을 옮기면기회도 두고 옵니다따라옵니다

어느 한쪽이 낫다는 말이 아닙니다. 둘 다 필요합니다.

다만 셋째 줄이 4부에서 하려는 이야기와 닿아 있습니다. 리더가 바뀌고 예산이 바뀌면 조직이 주던 학습은 없어질 수 있습니다. 그때 남는 것이 스스로 해 둔 몫입니다.

넷째 줄은 기관을 옮길 때의 이야기입니다. 그 이야기는 뒤에 따로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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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오래 생각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동료에게 배운 그때 저는 부장이었습니다. 조직도에서는 제가 위였습니다. 그런데 배운 쪽은 저였습니다.

브랜드를 만드는 셋 가운데 첫째를, 저는 위에서 한 번 아래에서 한 번 배운 셈입니다.

51이 49에게 배웁니다. 그 자리에서는 그쪽이 앞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연재 중인 원고입니다. 책으로 묶는 과정에서 내용이 고쳐지거나 보태질 수 있습니다.

이 연재를 쓰는 사람이 낸 책들이 전재일 서재에 있습니다. 일곱 권은 무료로 읽으실 수 있고, 현장 실무서 두 권은 종이책으로도 나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