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좋은 슈퍼비전을 받고 자랐습니다.
첫 복지관의 부장님은 훌륭한 분이었습니다. 결재는 대면이었고 반려도 잦았지만, 그 밑줄이 저를 키웠습니다. 지금의 제가 있는 데에는 그분의 몫이 큽니다.
그것이 제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는 것은 한참 뒤에 알았습니다.
현장의 동료들을 만나 보면, 좋은 슈퍼비전을 받지 못한 채 자란 분들이 많습니다. 그 아픔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 배울 사람이 없는 자리에서 혼자 버틴 시간은 그 사람의 일하는 방식에 오래 남습니다. 그것은 그분들이 게을러서 생긴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 좋은 슈퍼바이저를 만나는 일은 상당 부분 운입니다.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
✳
그런데 운에만 기대는 것 말고 다른 길이 있는지, 저는 팀장이 되고 나서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팀장이 되었지만 저는 슈퍼바이저가 아니었습니다.
결재는 제가 했습니다. 그런데 슈퍼비전은 여전히 부장의 몫이었습니다. 권한은 내려왔는데 가르칠 몫은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팀원들에게 무엇을 지시한 기억도 없습니다. 셋뿐인 팀에서 팀장은 시키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
대신 다른 것이 있었습니다. 팀의 공통 과업입니다.
셋에게는 각자 고유의 업무가 있었습니다. 아동이 있었고 청소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학교사회사업이라는 같은 일이 그 위에 하나 더 얹혀 있었습니다.
같은 일을 쥐고 있으니 서로 논의하기가 쉬웠습니다. 함께 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서로 경쟁이기도 했습니다. 나쁜 뜻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팀원들의 사업 역량과 그들이 하는 이야기가 도움이 되는 경쟁이었습니다. 자극이 되었고 동기가 되었습니다.
작은 팀에서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셋이 같은 일을 하나 쥐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어야 자극도 됩니다.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과는 경쟁도 되지 않습니다.
✳
부서 체제에 그런 것이 없었다고는 말하지 못합니다. 옆자리 사람에게 묻는 일은 언제나 있었습니다.
다만 그때는 사람의 성품이나 사이에 달린 일이었습니다. 묻기 좋아하는 사람은 물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혼자 했습니다. 팀이 되고 나서는 구조가 그것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같은 일을 함께 쥐고 있으면 의논하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
제가 그것을 잘 이끌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저는 적극적으로 제 생각을 말하기보다, 특별한 일이 아니면 지켜보는 쪽입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때는 그것이 팀장으로서 옳은 태도인지 아닌지조차 몰랐습니다.
다만 지시하지 않는 팀장 아래에서 팀원들이 서로 배웠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것이 제가 잘해서인지, 구조가 그랬던 것인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 팀이 한 일 가운데 남은 것이 있습니다. 학교사회사업은 그 복지관의 특징이었습니다. 그래서 복지관에서 워크숍을 열었습니다. 다른 복지관의 사회복지사들과 학생들이 왔고, 지역사회에 기반한 학교사회사업이 주제였습니다. 사회복지를 전공하는 학생들의 자원봉사 교육도 했습니다. 매뉴얼도 만들었습니다.
세 사람이었습니다.
✳
여기 적은 것은 제가 겪은 한 팀의 이야기입니다. 같은 시기 다른 팀이 어땠는지는 모릅니다.
다만 하나는 말하고 싶습니다. 좋은 슈퍼바이저를 만나는 것은 운입니다. 그러나 옆자리는 만들 수 있습니다.
지금 좋은 슈퍼비전을 받지 못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그것이 당신의 부족함 때문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위가 채워지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옆은 만들 수 있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습니다.
49는 위를 향할 때만 일하지 않습니다. 옆을 향할 때도 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