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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일 서재

구조로 만들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제28회4부 흔들리지 않는 조직2026-10-21약 6분

오래 남는 리더십을 두고 2회에 적은 문장이 있습니다. 「자기가 없어도 남을 것을 만들어 두는 일」. 그 뒤에 무엇을 남길지 셋을 꼽았습니다. 기록이든, 구조든, 사람이든.

기록은 2부에서 적었습니다. 사람은 앞 회에서 적었습니다. 남은 것이 구조입니다.

그런데 이 회를 쓰려고 구조를 떠올릴 때마다 처음 나오는 대답은 늘 같았습니다.

사람마다 다릅니다.

싱거운 대답 같습니다. 이 회는 그 말을 풀어 보는 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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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는데 쓰이지 않던 것

한 기관에 전자결재 시스템이 있었습니다. 직원들이 원해서 외부 지원사업에 공모해 들여온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결재는 여전히 대면이었습니다. 관장이 대면결재를 했기 때문입니다. 시스템은 깔려 있었고, 직원들은 여전히 서류를 들고 관장실 앞에 섰습니다.

대면결재가 틀렸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대면결재에서 배운 것도 있었습니다(3회·4회). 마주 앉아야만 오가는 것이 분명히 있습니다.

다음 관장이 왔습니다. 첫날부터 전자결재를 썼습니다.

처음에는 서로 낯설었습니다. 그런데 금방 익숙해졌습니다. 직원들이 공모까지 해서 들여온 것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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켠 사람

이 장면에서 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새 관장은 아무것도 새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시스템은 이미 있었습니다. 있던 것을 썼을 뿐입니다.

구조를 만든 것은 49 쪽이었습니다. 직원들이 필요를 느꼈고, 공모를 했고, 들여왔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켠 것은 51이었습니다.

4부에 들어와 저는 줄곧 49 쪽을 적었습니다. 여기서 51의 몫이 보입니다. 구조를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있는 구조를 쓰게 하는 것. 스위치는 대개 리더 쪽에 있습니다.

3회에서 저는 51과 49 사이의 2가 양쪽에서 좁혀진다고 적었습니다. 한쪽은 필요한 것을 마련해 두고, 다른 한쪽은 그것이 쓰일 자리를 열어 줍니다. 이 장면이 그랬습니다.

49가 마련하고, 51이 켭니다
49가 마련하고, 51이 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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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그대로인데

반대 방향으로 바뀌는 것도 있습니다. 구조는 남아 있는데 그것을 왜 하는지가 빠지는 것입니다.

두 갈래로 옵니다.

하나는 시간입니다. 사회복지실천은 오래 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오래 하다 보면 의미가 바랩니다. 그 사이에 사회가 변하고 사람도 변했는데 사업의 내용만 그대로 있으면, 남는 것은 형식입니다.

하나는 사람입니다. 담당자가 바뀝니다. 그 사업이 왜 시작되었는지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넘겨받으면, 그것은 그냥 하나의 사업이 됩니다. 해야 하니까 하는 일.

사업계획서에는 무엇을 하는지가 적혀 있습니다. 왜 하는지는 대개 사람 안에 있습니다. 적어 두지 않으면 사람과 함께 나갑니다(10회).

15회에서 설명이 없으면 그 일은 배식이 되고 실적이 된다고 적었습니다. 여기서는 한 사람 안에서가 아니라 기관 전체에서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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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을 받으려 할 때

저는 우리 실천이 전반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의미가 유난히 잘 잊히는 때가 하나 있습니다.

후원을 받으려 할 때입니다.

자원을 끌어오는 것은 당사자를 돕기 위해서입니다. 목적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정작 당사자의 인권을 생각하지 못하는 일이 생깁니다.

가장 흔한 것이 집단화입니다. 한 사람의 사정이 「이런 분들」이 됩니다. 저마다 다른 이유로 다른 자리에 와 있는 사람들이 어려움의 크기 하나로 묶입니다.

왜 그렇게 됩니까. 그게 쉽기 때문입니다. 묶으면 설명이 짧아지고, 짧은 설명이 더 잘 가 닿습니다.

그리고 후원이 들어옵니다. 사업이 돌아갑니다. 당사자에게 실제로 도움이 갑니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목적이 달성되었으니 괜찮다.

저는 이 자리가 가장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도움은 실제로 갔고 사정은 실제로 나아졌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한 사람이 「이런 분들」로 한 번 묶였다는 것은 어디에도 적히지 않습니다. 결과보고서에 적히는 것은 몇 명을 도왔는가입니다.

8회에서 사례는 자랑이 될 수 없고 사람은 소재가 될 수 없다고 적었습니다. 그 문장이 가장 시험받는 것이 바로 이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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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구조 이야기입니다

후원 제안서의 양식은 그대로입니다. 사업의 이름도, 결과보고서의 틀도 그대로입니다.

바뀐 것은 그 안에 사람이 어떻게 담기느냐입니다. 한 사람으로 담을 것인가, 「이런 분들」로 담을 것인가. 양식은 그것을 정해 주지 않습니다.

27회 해설 끝에 자기를 이끌지 못하게 하는 조건이 있다고 적었습니다. 이것이 그 하나입니다. 일의 기준이 「왜 하는가」에서 「어떻게 보이는가」로 옮겨 가면, 사회복지사는 스스로 정할 기준을 잃습니다. 자기를 이끌려면 이끌 방향이 있어야 합니다.

알리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닙니다. 알리지 않으면 후원도 오지 않습니다. 문제는 보이기 위해 하는 것이고, 보이기 좋으라고 사람을 묶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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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겨 심은 구조

또 하나는 가져오는 것입니다.

관장이 이전 직장에서 잘 되던 것을 그대로 가져옵니다. 기관마다 조직문화가 다르고, 구성원이 다르고, 지역사회가 다른데 자기에게 익숙한 것을 요구합니다.

정답을 들고 오는 리더 이야기(21회)에 하나만 덧붙이겠습니다. 구조는 옮길 수 있어도 그 구조가 자란 땅은 옮겨지지 않습니다.

이전 기관에서 그것이 잘 굴러간 것은 구조가 좋아서만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거기 있던 사람들, 그 사람들이 쌓아 온 방식, 그 지역의 사정과 맞물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25회에서 조직도에서 비는 것은 칸이 아니라 칸에 이어진 선들이라고 적었습니다. 구조를 옮기면 칸만 옵니다. 선은 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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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적어 놓고 보니 이렇게 갈립니다.

구조로 만들 수 있는 것구조로 만들 수 없는 것
결재가 오가는 길그 길을 실제로 쓰는 것
사업의 이름과 양식그 사업을 왜 하는지
회의 시간과 안건회의에서 말이 나오는 것
매뉴얼과 인수인계누구를 얼마나 기다려 줄지

마지막 줄은 6회에서 답을 미뤄 둔 물음입니다. 결재가 밀리면 뒤의 일이 줄줄이 밀리는데, 대신 해 주면 그 사람이 배울 기회를 날짜와 바꾸게 됩니다. 구조로 풀 수 있을까 오래 생각했는데, 표에 넣고 보니 오른쪽 칸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왼쪽 칸이 소용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전자결재가 없었다면 새 관장도 첫날 켤 것이 없었습니다. 구조는 다음 사람이 이어받을 수 있는 것을 남겨 둡니다. 오른쪽 칸은 왼쪽 칸이 있어야 설 자리가 생깁니다.

정해진 절차는 리더십을 대신하기도 하고 막기도 합니다(26회). 어느 쪽이 되는지를 정하는 것은 절차가 아닙니다. 쓰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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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다릅니다.

처음에는 싱거운 대답 같았는데, 적고 나니 이 회의 결론이 되었습니다. 구조는 그릇이고, 담는 것은 사람입니다.

그러면 그 사람들은 무엇으로 서 있어야 합니까.

연재 중인 원고입니다. 책으로 묶는 과정에서 내용이 고쳐지거나 보태질 수 있습니다.

이 연재를 쓰는 사람이 낸 책들이 전재일 서재에 있습니다. 일곱 권은 무료로 읽으실 수 있고, 현장 실무서 두 권은 종이책으로도 나와 있습니다.